에이즈는 우리말로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고 부르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에 감염되어 발생합니다. 에이즈는 HIV에 감염된 후 인체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한 사람에게 잘 나타나지 않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원충 등에 의해 각종 감염성 질환이나 악성 종양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흔히 HIV 감염과 에이즈를 혼동합니다. 하지만 모든 HIV 감염인이 에이즈 환자가 아닙니다. HIV 감염인은 체내에 HIV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총칭하는 개념입니다. 이에 반해 에이즈 환자는 HIV에 감염된 후 병이 진행하여 면역결핍이 심해져 기회감염, 종양 등 합병증이 생긴 환자를 말합니다.

뉴스 등에서 '에이즈 감염자'라고 언급할 때가 있는데 실제는 틀린 표현이며 정확히는 'HIV 감염자'라고 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HIV에 감염된 사람이 시간 지난 후 HIV에 의해 여러 병이 발병하면 그때 에이즈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에이즈 환자나 HIV 감염인 모두 다른 사람에게 HIV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HIV 감염경로

HIV의 전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첫째, 노출된 바이러스의 양이 감염을 일으키기에 충분해야 합니다. HIV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 정액, 질분 비물, 모유 등에는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들어 있습니다. 흉수나 뇌척수액에는 적은 양이지만 HIV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눈물, 땀, 침, 소변, 토사물 같은 다른 종류의 체액은 혈액이 섞여 있지 않은 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둘째, HIV가 혈류로 들어가야 합니다. HIV가 질이나 직장의 점막을 통해 체내에 들어가거나 주삿바늘을 통해 혈관에 직접 들어가거나, 상처 등으로 인해 벗겨진 피부의 틈이나 눈, 코, 음경의 끝부분 점막 등을 통해 혈관에 침입해야만 감염이 이루어집니다.

HIV의 주된 감염 경로에는 감염자와의 성 접촉, 오염된 혈액이나 혈액제제에의 노출, 모자간의 수직감염 등이 있으며 오염된 주삿바늘의 공동 사용 및 의료인의 직업적인 노출 등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합니다.

1. HIV 감염인과의 성접촉에 의한 경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전파 방식입니다. HIV는 감염된 사람의 정액, 질 분비물, 혈액 등에 존재하며 이와 같은 체액이 성관계 중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게 전달되면서 감염이 일어납니다. 성별로 볼 때 적절하게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갖는 경우 남자에서 여자로 전파되는 경우가 반대의 경우보다 8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IV 감염인과 성관계를 갖는 경우 보통 1회 성관계 시 HIV가 전파될 확률은 0.04~1.4%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2. HIV에 오염된 혈액을 직접 수혈받는 경우 감염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염인의 혈액을 원료로 생산된 혈청이나 혈액제제를 투여받는 경우 역시 감염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헌혈된 모든 혈액에 대해서 사전에 HIV 오염 여부에 대해 검사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수혈을 통한 HIV 감염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하지만 HIV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 받는 경우 감염될 확률은 90-100%로 매우 높기 때문에 최대한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3. HIV에 감염된 모체로부터 아기에게 전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수직감염이라 하며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및 소아의 HIV 감염 경로 중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수직감염은 임신 중이나 분만 중에도 모두 일어날 수 있으며 전파되는 비율은 25~30% 정도입니다. 수직감염의 약 92%는 임신 후반 2개월 동안과 출산 시에 일어나고 그 중 약 65%는 출산 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임신한 상태에서 HIV에 감염되는 경우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임신한 사람에 비해 바이러스의 양이 높기 때문에 태아로 감염되기 더 쉽습니다.

3. HIV에 오염된 주삿바늘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 감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염된 주사기를 1회 같이 사용하였을 때 감염될 확률은 0.5~1%입니다. 문신이나 피어싱을 하면서 감염인에게 시술하였던 바늘을 비위생적으로 관리하여 비감염 인에게도 사용하는 경우 이를 통해서도 감염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HIV에 오염된 바늘에 한 번 찔리는 경우 감염되는 비율은 0.3%이며, 오염된 혈액이 점막이나 손상된 피부에 노출되었을 때 감염되는 비율은 0.09% 정도입니다. 오염된 바늘에 찔리는 경우 감염될 위험성은 노출된 혈액이 많을수록 높아집니다. 특히 찔린 바늘이 감염인의 혈관 내에 들어 있던 경우, 바늘에 묻어 있는 혈액량이 눈에 보이는 정도인 경우, 찔린 상처가 깊을 경우, 환자가 진행된 에이즈 상태일 경우에 감염의 위험이 커집니다.

HIV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HIV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

HIV 감염인과 일상적인 생활이나 접촉을 한다고 하여 HIV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HIV 감염인이 사용한 물건과 단순한 접촉을 한다고 하여도 감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모기나 벌레를 매개로 하여 감염되었다는 보고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이유로 HIV 감염인과의 접촉을 꺼리거나 차별, 격리해서는 안 됩니다.

HIV 감염 증상

HIV 감염의 증상은 대개 서서히 진행됩니다.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지 않은 성인의 경우 HIV에 감염된 후 에이즈 질환의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평균 10년이 걸립니다. 그러나 병의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개별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은 HIV 감염인의 자연 경과를 단계별로 나누어 보면 크게 급성 감염기, 임상적 잠복기, 증상기의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단계별로 특징적인 증상 및 증후를 알아두면 HIV 감염인의 발견이나 치료, 예후 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급성 감염기(급성 HIV 증후군)
HIV 감염 직후 나타나는 급성 감염기에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은 없습니다. 그러나 처음 HIV에 감염된 환자들의 50~70%는 감염 후 약 2~4주째에 발열, 근육통, 관절통, 식욕부진, 메스꺼움, 설사, 복통 및 피부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hiv 증상급성 감염기 증상

그러나 이러한 급성감염의 증상은 모든 HIV 감염인이 반드시 겪는 것은 아니며 또한 다른 병에 걸리더라도 느낄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이들 증상을 근거로 HIV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대개의 급성기 감염 증상은 특별한 치료 없이 약 4주 후에 자연히 호전됩니다. 따라서 초기 HIV 감염인은 단순히 몸살 감기에 걸렸다가 좋아진 것으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2. 임상적 잠복기
HIV 감염인은 급성 감염기의 증상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평균적으로 약 8~10 년 동안 아무런 증상 없이 정상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일부 HIV 감염인은 특별한 원인 없이 림프절이 커진 상태가 지속되는 지속성 전신 림프절 병증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림프절 비대는 대개 다른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상적 잠복기 동안 느끼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HIV 는 몸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증식하기 때문에 몸 안의 면역체계는 서서히 파괴되어 가며 다른 사람에게도 감염을 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HIV 감염인이 본인의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HIV 감염 후 병이 진행되는 속도는 혈액 내 HIV 농도에 비례합니다. 즉, 혈액 내 HIV 농도가 높을수록 더 빨리 증상기로 진행됩니다.

2. 증상기
HIV 감염인은 수년간의 무증상기 후 에이즈로 이행되기 전에 몇 가지 전구 증상을 느끼는데 이 시기를 초기 증상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열, 식은땀, 피로, 두통, 체중감소, 식욕부진, 불면증,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좀 더 병이 진행하면 면역력이 더욱 떨어져 아구창, 구강 백반, 칸디다질염, 골반감염, 그리고 다양한 피부병들이 나타난다. 이후 HIV 감염인은 기회감염 또는 악성종양의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CD4+ T 림프구의 수가 200/㎣ 미만으로 감소하면 면역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지게 되므로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회감염의 원인균으로 정상인에게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각종 세균, 결핵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및 원충이 문제가 됩니다. 또한, 카포시 육종, 악성 림프종과 같은 악성종양도 생길 수 있다. HIV 감염이 진행되면 이러한 합병증 발생의 위험이 더욱 증가하게 되고 결국 대부분이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 HIV에 대한 강력한 항바이러스제 병합치료와 기회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화학요법이 시행되면서 기회감염 등 합병증의 빈도는 현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HIV 감염인의 수명도 점차 연장되고 있으며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잘 받게 되는 경우 정상적인 수명 연장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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